석유가격이 한없이 치솟을 때 방영됐던 모 방송사에서 오일피크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나우루 공화국이라는 아주 작은 나라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남태평양에 떠 있는 아주 작은 섬나라입니다. 섬의 크기가 20제곱킬로미터밖에 되지 않습니다. 제주도가 1900제곱킬로미터이니 거의 1/100 크기입니다. 문명화되기 전에는 인구가 1500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3000명이나 살고 있습니다.

이 작은 섬에 아주 오랫동안 철새들이 날아들어 머물면서 분비물을 쌓았고, 덕분에 비료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인산염이 섬에 가득해졌습니다. 이것이 이 섬에 풍요와 재앙을 동시에 가져다 주었습니다. 풍요로운 시대에 나우루 사람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국민소득을 올렸습니다. 도로라고는 몇 키로미터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섬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최신형 자동차를 수입해서 가지고 다녔습니다. 정부가 돈을 마구 나누어준 덕분에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놀기만 하며 세월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인산염이 고갈되어 가면서 섬의 풍요도 사라졌고, 이제 사람들은 비만과 당뇨만을 가지고 고통스럽게 구호물자를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이 책을 피크오일에 대한 교훈으로 생각한다면 기대와는 조금 어긋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이와 같은 생각으로 구입했는데, 저자는 일종의 역사책과 같은 느낌으로 이 책을 저술했습니다. 나우루라는 섬이 서구인에게 발견되고, 인산염 채취가 시작된 후 쇠락하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쳐왔는지 세세하게 조사해 놓았습니다. 덕분에 알지 못했던 여러 사실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섬의 자원을 대하는 독일 등 유럽 강국과 호주의 모습은 매우 탐욕적입니다. 오랫동안 마음대로 퍼가기만 했지 그에 대한 대가를 치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으니까요. 자신의 재산권에 대해서는 맹렬하게 반응하면서도 남의 재산권에서는 무관심한 태도가 분노를 일으키게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죠.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모습을요.
그리고 나우루 섬의 사람들도 미래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1960년대 독립한 직후에 이미 인산염이 1990년대에는 고갈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기금도 마련하였습니다. 호주와 피지를 비롯한 많은 지역에 부동산을 구입하고 개발하여 인산염 고갈 이후에도 사람들이 풍요롭게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준비가 너무나 어수룩하고 투명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배우지 못해 순진하지만 돈만 많은 나우루 사람들은 사기꾼들의 좋은 표적이었습니다. 책에서는 명확한 통계를 내지 않았지만 외부에 투자된 금액 중 상당한 양이 사기꾼들의 손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나우루를 이끌던 사람들의 부패한 태도도 문제였습니다. 인산염이 사실상 고갈된 이후에도 지도층은 해외로 여행과 쇼핑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돈을 한창 벌어들일 때에는 대단했겠죠. 그래도 나우루의 지도층 대부분이 나우루에서 죽어갔으니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기까지는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임있는 태도를 보였던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나우루가 벌인 가장 불필요한 지출로 나우루 항공을 꼽습니다. 자금이 충분할 때 나우루 공화국의 대통령들은 나우루가 남태평양 섬들의 허브가 되기를 바랬습니다. 이 지역은 비행기가 없다면 고립된 것이나 다름없는 지역이죠. 그래서 여러 대의 비행기를 구입하여 국가의 재정을 항공사를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관광지도 아닌 나우루를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당연히 엄청난 적자가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항공사는 운영되었습니다. 저자는 국가 수입의 30%가까이가 항공사로 인해 낭비되었다고 추정합니다. 지금은 대만의 지원으로 비행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지 않은 인산염 고갈 이후의 역사도 있습니다. 돈이 떨어지자 나우루의 지도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들여오려 했습니다. 불법 여권을 팔고, 세금회피를 위한 유령회사의 설립을 허가했습니다. 한 때는 UN에서 경고도 받았다고 합니다. 호주나 불법이민하려던 사람들을 억류하는 수용소로도 사용되었습니다. 호주에서 돈을 받는 대가로 섬 자체를 수용소로 만든 것이죠. 또 UN에서의 지지국이 필요한 대만의 지원을 받기도 합니다. 때때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중국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지만요. 그리고 가장 나쁜 방법은 ‘빚’이었습니다. 과연 빚까지 내야 할 급박한 사연이라는게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도층이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함이었을까요? GM을 비롯한 외국에서 빌려온 돈은 상당한 압박이 되었던 듯 합니다.
저자는 나우루의 미래를 그래도 희망적으로 적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아닌 다시 인산염을 이용한 방법입니다. 남은 인산염을 효율적을 채취하여 미래를 위해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기대에 어울리는 내용은 아닙니다. 사실 나우루 사람들에게 필요한 시나리오는 풍요로운 과거는 모두 잊고 낚시와 농사를 중심으로 자급자족이 기본이 되는 생활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인산염으로 돈을 조금 더 벌 수 있다면 자급자족만으로 어려운 부분을 채우는 정도로 활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저자에게 그러한 접근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나우루의 사람들 중에는 분명히 아끼고 절약하여 미래를 대비한 사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상 파산하여 서류만 남은 나우루 은행에는 100만 달러 이상의 잔고를 가진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정부가 준 돈을 아껴서 미래를 대비한 것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흥청망청 쓴 다른 사람들 덕에 아껴 쓴 사람들의 돈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나우루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들이 아닌가 싶네요. 어짜피 신기루와 같은 돈이고, 그 돈을 썼다고 다른 인생을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요.
교훈적인 내용은 간접적으로밖에 기대할 수 없지만,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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